[셈한] 달그림자

Tobot/조금 다른 이야기2020. 9. 16. 02:39

[셈한] 달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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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을이 지고 어둑해진 하늘, 물결 따라 흔들리는 놀잇배 난간에 기대어 손을 내미니 찬 물길이 손을 스치고 흐른다. 마치 강을 거스르는 물고기라도 된 기분이 들어 하나가 작게 웃음을 흘리자 떠오르는 별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던 세모가 눈을 휘었다.

 

"무엇이 그리 기분 좋아."

"그냥. 물이 차서."

 

퍽 다정스러운 물음이었다. 하나는 괜스레 들뜨는 마음에 비워진 제 술잔에 술을 채우는 세모를 향해 마주 웃음 지었다. 그 말갛고 천진한 얼굴에 순간 마음이 술렁거린 세모를 알지 못하고.

 

세모는 하늘에 뜬 달 만큼이나 아름다운 호수에 달그림자와 배와 물결이 부딪치며 출렁이는 소리, 멀리서 들려오는 풀벌레 소리를 온몸으로 만끽하며 다시금 물장난을 치는 하나를 바라봤다.

신기하기도 하지. 소맷자락을 걷고 손을 휘젓는 하얀 손과 해맑은 얼굴이 개구지거나 어려 보이는 게 아니라 순수해 보인다는 게. 내면의 모습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사람이란 이런 것일까.

세모는 매번 해보는 생각을 다시금 곱씹으며 잔에 남은 술을 단숨에 들이켰다. 

차하나는 그랬다. 명석한 머리에 올곧은 신념을 가지고도 마음이 부드러워 주변을 살필 줄 아는 사람이었고, 상냥한 성품을 가지고도 기준이 명확해 주변의 시선이나 아첨에 흔들리지 않는 사람이었다.

참으로 사랑스러운 사람.

권세모는 한층 애틋해진 눈으로 하나를 바라봤다. 근 두어 달 새 부쩍 날카로워진 얼굴의 선이 눈에 띄었다. 최근의 복잡한 상황을 생각해보면 별 수 없는 일이었지만 절로 혀를 차게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그 어느 곳보다 물들기 쉬운, 복마전 같은 궁궐 한복판에 서 중심을 잡고 물들지 않는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것을 알기에 입이 써도 세모는 말을 덧붙이지 않았다. 그저 지지해 나가기로 했다.

하나가 언제까지나 꺾이지 않고 제 길을 관철하길 바랐다.

 

"나오길 잘 한 거 같아."

"풍취가 좋지."

"응. 권해줘서 고마워."

 

그런 네 옆에서 너를 살피고 돕는 일은 언제나 나의 일일 테니.

세모는 몸을 세우며 물속에서 손을 빼내는 하나에게 수건을 건네며 빙긋 웃음 지었다. 

단단하게 세워둔 결심을 마음속 깊이 묻어둔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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數聲長笛錦江秋 勝狀依俙赤壁遊 

酩酊却忘歸去晩 更將明月載蘭舟 

아름다운 가을 강에 대금소리 자주 들리고, 빼어난 경치는 귀한 적벽놀이 어렴풋하다

술 취해 흥겨워 늦어도 돌아갈 줄 모르노니, 밝은 달은 여전히 배를 비추는구나

 

지난 합작 주제가 동양풍이라 찾아놨던 한시인데 보자마자 뱃놀이 하는 셈한이 보고 싶더라구요.

결국 다른걸 쓰게 돼서 치워놨는데 아무래도 눈에 밟혀서 짧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