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운아, 나 교무실 다녀와야 해서 그런데 이거 나 대신 소각장에 버려주라~”
“아, 나 창문 닦는 게 아직 안 끝났는데...”
“에이, 갔다 와서 하면 되지!”
도운은 쓰레기통을 가리키며 부탁 좀! 하고 손을 모으는 철훈의 말에 어색하게 웃으며 음... 하고 한참을 머뭇거렸다.
그러자 철훈이 엷게 짜증을 비췄다.
“야, 차도운. 소각장 다녀오는 게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냐?”
“얼마 안 걸리니까 니가 다녀오지?”
그때 불쑥 차가운 목소리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어, 왕소라...”
“니가 교무실 갔다가 버리면 되겠네.”
“아니면 버리고 가던가.”
“어, 리모.”
“가자, 도운.”
소라의 단호한 말에 당황한 철훈이 소라의 이름을 부르며 당황하자 대걸레를 가지러 갔던 리모가 어느새 왔는지 쓰레기통을 질질 끌고 와 철훈의 앞에 밀고는 두 눈을 둥그레 뜨고 리모를 부르는 도운의 손을 붙잡고 복도로 나갔다.
그 모습을 팔짱을 끼고 보던 소라가 입술을 비죽이 끌어올리며 아, 씨발. 하고 읊조리는 철훈을 한번 째려보곤 리모가 끌어다 놓은 쓰레기통을 가볍게 찼다.
“박철훈, 니 일은 니가 해. 시킬 생각 하지 말고.”
누구한테 지 잡일을 시키는 거야? 그렇게 가볍게 쏘아붙인 소라가 휙 뒤 돌아 도운과 리모를 따라 나갔다.
그리곤 복도에서 대걸레를 옆구리에 끼고 도운에게 한바탕 잔소리를 늘어놓으며 또 누가 뭐 시킨 거 있냐며 눈을 치켜뜨는 리모를 밀치며 없었으니까 그만 떠들어, 하고 도운의 안색을 살폈다.
“아, 소라야. 고마워. 그렇지 않아도 거절하려고 했는데...”
“더 단호하게 해야지. 저런 새끼들은 부드럽게 말하면 못 알아먹는다니까?”
“권리모 시끄러.”
“야, 야. 그렇잖아. 아오,..”
옆구리를 짚었던 손으로 머리를 긁적인 리모가 웃으며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도운에게 이렇게 순해서야... 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그러자 그건 그렇지, 하고 소라가 고개를 끄덕여 수긍하는 모습에 도운이 나 안 순한데... 하고 손을 휘휘 내져었다.
누구도 긍정하지 않을 모습으로.
하지만 저래야 차도운이지 싶은 모습 그대로라 소라와 리모는 서로 눈을 마주치고 픽 웃었다.
거절을 못하는 도운과 잔소리하는 솔림이 보고 싶어서 짧게 '~'
고딩 도운 왠지 거절을 잘 못하는 성격이었을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