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스미는 햇빛에 눈을 뜬 미오는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뒤척거리다 침대맡에 놓아둔 핸드폰을 끌어와 화면을 켰다.
"7시... 반."
으-, 더 자고 싶은데... 평소 습관대로 눈을 뜬 것이 억울하다는 듯 이불을 뒤집어쓰고 베개에 얼굴을 부비던 미오는 결국 한숨을 주어 삼키며 주섬주섬 일어났다.
오늘 청소당번이 누구였더라... 지오였나. 아니, 빨래 당번이었나? 날짜를 헤아리며 눈을 비비고 방 밖으로 나온 미오는 서늘한 공기에 멈칫 걸음을 멈췄다.
조용한 집안. 아무런 소리도 나지 않는, 온기도 없는. 그 지나친 낯섦에 찬물을 뒤집어쓴 듯 잠이 깨 다리가 꼬이도록 우당탕탕 거실로 내려왔다.
"오빠...?"
항상 모두가 일어나기 전부터 일어나 부엌에 서 있던 래오의 모습이 없었다.
이렇게 조용할 리가 없는데. 음식 준비하는 소리, 분주한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훈기, 익숙한 기척이. 어디에도 없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몸을 돌려 화장실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아서, 지그시 입술을 깨물고 벌컥 문을 열었다.
아무도 없어.
미오의 심장이 순식간에 쿵쾅쿵쾅 뛰기 시작했다.
기억, 엄마 아빠의. 아침이 시작됐는 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던 집. 돌아오지 않는 부모님과 부서지는...
"...! 오빠!!!"
순식간에 공포에 휩싸인 미오가 오버랩 되는 기억을 부정하듯 크게 목소리를 내며 오빠의 방을 향했다. 아냐, 아냐!
*
쾅!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에 래오는 번쩍 잠에서 깼다.
"래오 오빠!!"
다급한 미오의 목소리, 래오는 벼락에 맞은 마냥 놀라 무거운 몸을 벌떡 일으켰다.
"무슨, 무슨 일이야!"
그리고 망치에 얻어맞은 양 크게 울리는 머리와 흔들리는 시야를 애써 부여잡았을 때,
"미오야....?"
래오는 침대맡에서 기겁한 얼굴로 금방이라도 눈물이 쏟아질 거 같이 울먹이는 미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오, 오빠아..."
"왜 그래, 왜, 큼, 무슨 일 생겼어? 응? 지금 몇 시지?"
목을 긁고 갈라져 나오는 목소리를 가다듬으며 도무지 상황 파악되지 않아 묻자 그렁그렁한 목소리로 "아냐, 아니야. 아무것도, 그냥..." 하고 결국 엉엉 울음을 터트리는 미오를 망연한 얼굴로 토닥였다.
대체 무슨 일이... 어제 분명 몸살 기운이 분명한 오한에 약을 먹고... 너무 추워서 웅크리고 자고 있었던 거 같은데. 늘어지고 떨리는 몸을 추스르며 미오의 머리카락을 토닥였다.
그리고 오래오가 마침내 '그런데 미오가 이렇게 울다니 밖에 무슨 일이라도.' 까지 생각이 다다라 반쯤 감겼던 눈을 번쩍 떴을 때 우당탕쿵탕, 요란한 소음을 내며 지오와 피오가 "형!!" "누나!" 를 외치며 래오의 방 안으로 뛰어들었다.
요란한 아침의 시작이었다.
*
이후.
래오가 시계를 확인하기까지 1분
지오와 피오가 아침을 준비하겠다고 선언하기까지 30분
미오가 물을 가득 뜬 세숫대야를 가져오다 바닥에 모조리 쏟기까지 45분
엉망이 되어가는 집안의 모습에 래오는 진짜 기절하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