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창을 통해 들어오는 조금 뜨거울 정도의 햇빛. 소파에 앉아 책을 읽다 나른한 기분에 느릿하게 눈을 깜빡이던 하나가 옆에 앉아 음악잡지를 뒤적이던 세모에게 툭, 몸을 기댔다.
“많이 졸려?” “응.... 좀. 햇빛이 좋아서 그런가.”
목에 걸어뒀던 헤드폰을 한 손으로 빼내 탁자에 올린 세모가 몸을 돌려 하나의 어깨를 잡고 세운 채 이마를 쓸었다.
“좀 잘래?” “자는걸로 시간 보내는 건 좀 아까운데...” “삼십 분만 자.” “으....”
그럼, 그럴까... 웅얼거리는 하나의 입술을 스치듯 지나쳐 볼을 쓰다듬은 세모가 돌렸던 몸을 바르게 세우고 허벅지를 툭툭 쳤다.
“응?” “누워.” “네 허벅지는 높아서 목 아픈데....”
그러면서도 비척비척 엉덩이를 빼 허벅지를 벤 하나가 몸을 틀어 자세를 편하게 고쳐 누웠다. 그리곤 곧 잠에 들 듯 무겁게 깜빡이는 눈을 들어 세모의 얼굴을 가만히 올려다봤다.
“왜?” “아니이... 권세모는 아래서 봐도 잘생겼네, 싶어서.” “뭐야, 그게.”
하나의 늘어진 말투에 킥킥 웃음을 터트린 세모가 눕느라 흐트러진 하나의 머리카락을 가볍게 정리하며 볼을 톡톡 건드렸다.
“왜, 전에 딩요가 그랬잖아... 아무리 잘생긴 사람이라도 밑에서 보면 분명히 흉해 보일 거라고.” “아, 그랬었지.” “응. 그래서.”
잘 생긴 권세모. 동네는 물론 학교에서도 자자한 이야기긴 하지만. 손길이 간지러운 듯 킥, 마주 웃음을 터트린 하나가 손을 들어 숙여진 세모의 눈을 가볍게 쓸었다.
“뭐, 하나 너도 예쁘게 생겼어.” “예쁜 게 뭐냐? 잘생긴 거지.” “잘생긴 건 아니고.” “헐... 권세모 너무한다.”
섭섭하다는듯 하나가 눈썹을 찡그리며 볼을 쓸던 세모의 손을 떼려는 듯 고개를 젓자 잠시 손을 뗐던 세모가 곧 느릿하고 가볍게 손을 내려 하나의 눈썹을 한올한올 쓸어내리듯 살살 매만졌다.
“눈썹도 그렇고.”
그리고 왠지 야릇하게 바뀐 세모의 손길에 저도 모르게 감긴 하나의 눈두덩과 속눈썹을 간질이듯 지나,
“선량하게 빛나는 눈이나. 작게 세워진 코와 통통한 볼.”
작게 세워진 콧대와 귀엽게 망울지는 콧망울을 스쳐 깃털처럼 볼을 쓰다듬은 세모가 씩 웃으며 긴장한 듯 뻣뻣하게 굳은 하나를 놀리듯 검지를 세워 하나의 입술을 꾹 내리눌렀다.
“입술도. 예쁘지, 차하나는.” “아... 권세모! 좀...!”
순식간에 새빨갛게 달아오른 하나가 세모의 손을 쳐내고 벌떡 일어나려고 하자 크게 웃으며 “장난, 장난!” 하고 진정시키듯 하나의 한쪽 어깨를 내리 누른 세모가 킥킥, 웃음을 지우지 못한 채 깊이 드러난 애정을 두 눈 가득 담고 고개를 숙여 휙 고개를 돌린 하나의 귓가에 속삭였다.
“놀랐어?” “아, 권세모!”
그러자 정말 화났다는 듯 돌아갔던 고개를 다시 홱 돌려 세모를 째려보는 하나에게 양손을 들어 항복! 하고 외치듯 미안. 하고 사과한 세모가 삐치지 마. 하고 덧붙여 말하며 올렸던 손을 내려 사납게 올라간 하나의 눈을 조심스레 덮은 세모가 웃음을 거두어낸 잔잔한 목소리로 말했다.
“진심이니까, 차하나.”
거짓말 같았어? 아닌데. 속살거리는 간지러운 감각.
짜증과 부끄러움으로 달아오른 채 식지 않은 하나의 얼굴엔 다시금 긴장으로 굳어지고 이윽고 입술엔 상냥한 따듯함이 햇살같이 내려앉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