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는 차창 밖으로 보이는 별을 멍하니 바라봤다.
{하나, 오늘따라 하늘이 맑음.}
"그러게. 별도 많이 보이고."
제주도나 닐리리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낮에 소나기가 내려서인지 맑은 하늘엔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의자에 눕듯이 기대 한참이나 별을 보던 하나가 문득 길고 긴 한숨을 쉬었다. 벌써 몇 달이나 끌어온 고민 때문이었다. 멍하니 있다가도 불쑥불쑥 치고 올라오며 가슴을 답답하게 하는 고민은 고등학교 진로 문제였다.
누가 안다면 별거 아닌 문제로 고민한다고 웃을지도 모르지만.
하나에겐 X가 적들에게 부서진 이후부터 나아가고자 결심한 길이 있었고 그 길을 좀 더 수월하게 나아가게 해 줄 학교로 진학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성적이 모자란 것도 아니니 선생님들도 공상과학고로의 진학을 권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하지만 공상과학고로 가면서 놓치게 될 친구들과의 시간이 아쉬워서. 친구들과의 시간이 아쉽다고 네 갈 길을 포기할 거냐고 말해올 어른들의 말이 싫어서.
하나는 몸을 틀어 웅크렸다.
{하나, 불편하면 들어가 자는 게 어떴음?}
“으응, 그냥 조금만 더 있을래.”
{알겠음, 피곤하면 말해주길 바람.}
“왜? 옮겨주게?”
{나는 옮겨줄 수 있는 방법이 없으니 세모를 부르겠음.}
“응? 왜 갑자기 세모야?”
{세모는 하나를 안전하게 옮겨줄 것이기 때문임.}
당황한 하나의 물음에 단호하게 대답하는 X의 말이 확신에 차있다.
저도 모르게 “두리도 안전하게 옮겨줄...” 이라고 받아치다 역시 그건 아니다 싶어 하나는 말을 흐렸다. 그러자 의기양양하게 X가 말한다.
{두리는 옮기다가 하나를 떨어트릴 수도 있음.} 음, 아니 그건 또 아닌데...
{무엇보다 하나와 두리는 체격이 비슷하니 옮기기 힘들 거임} 이라는 말에는 반박할 수가 없었다.
아니 그래도 그렇지, 나 피곤하다고 세모를 부르겠다니... 민망해져 달아오르는 볼을 쓰다듬고 하나는 뭉그적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안 그래도 돼. 그냥 깨워주면 들어갈게. 집이 코앞인데 뭐.”
{음, 알았음.}
아, 왠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던 게 바보 같아졌다.
하나는 손바닥 뒤집듯 좋아진 기분에 실없이 웃었다.
“X 내가 정말 좋아하는 거 알지?”
{알고 있음. 나도 하나를 정말 좋아함.}
하늘에는 여전히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셈한] 진로} 글과 연관이 있습니다.
시점은 세모가 알기 전 어느 가을 밤 '~'
하나와 X가 다정하고 따끈따끈하게 수다떠는거 너무 좋아합니다ㅠㅠ흑흑...